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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알파마 골목, 밤엔 파두 한 잔… 리스본이 주는 감성

by 두포포 2025. 4. 8.

파리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바르셀로나처럼 관광객으로 북적이지도 않지만, 리스본은 그 모든 것보다 더 오래 남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리스본은 어떤 풍경이나 건물보다도 ‘느낌’으로 기억되는 도시입니다. 유럽을 많이 다녀본 사람일수록 리스본을 이야기할 때 유독 눈빛이 달라집니다.  왜일까요? 아마 이 도시는 과하지 않아서, 그리고 우리 일상과 묘하게 닮아 있어서일 겁니다.

 

리스본 자유여행의 진가는 느긋함 속에서 피어납니다. 관광지 하나하나를 정복하듯 둘러보기보다, 하루에 한 동네만 천천히 산책하며, 그곳의 공기와 소리, 사람들의 표정을 담아보는 여유. 리스본은 그런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시입니다. 걷는 걸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고, 골목에 강한 감성을 갖고 있다면 분명 사랑하게 될 곳이죠.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리스본의 정체성을 가장 깊게 느낄 수 있는 '알파마 지구', 유럽에서 보기 드물게 '합리적인 물가', 그리고 초행자도 안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치안'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처음 유럽여행을 준비하는 분들도, 이미 여러 도시를 거친 분들도, ‘다음엔 리스본이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감성과 정보 모두를 담아 최대한 디테일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포르투칼 리스본의 토레 데 벨렘이라는 건축물이다.


시간을 거슬러 걷는 동네, 알파마

리스본의 진짜 얼굴은 어디일까요? 베렌 타워도 멋지고, 바닷가 근처의 현대적인 건축물도 매력적이지만, 리스본이 가진 고유의 시간과 감성은 ‘알파마(Alfama)’라는 동네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이 지역은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구역으로, 대지진조차 피해간 운명을 가진 곳입니다. 덕분에 중세 시절부터 내려온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붉은 기와지붕, 그리고 하늘을 향해 이어지는 계단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죠.

 

처음 이 지역을 걷다 보면 지도를 펴놓고도 길을 잃기 쉽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알파마에서는 일부러 길을 잃는 것도 여행의 재미입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골목 끝에 햇살이 비추는 창문 아래에 앉아 기타를 치는 노인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또 어느 가게 안에서는 파두(Fado)의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며 마음을 적십니다. 파두는 포르투갈 고유의 민속 음악으로, 그리움과 운명을 노래합니다. 말은 잘 알아들을 수 없어도 그 감정은 충분히 전해지죠.

 

알파마의 가장 유명한 뷰포인트는 단연 ‘포르타스 두 솔(Portas do Sol)’ 전망대입니다. 이곳은 리스본 사진 엽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죠. 빨갛고 주황빛의 지붕들, 그 너머로 은은하게 흐르는 테주 강, 그리고 한가롭게 움직이는 트램. 그 전경을 마주하고 있으면, ‘여기가 진짜 리스본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특히 해질 무렵, 노을빛이 골목과 건물에 물들 때의 분위기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또한 이곳은 리스본에서 가장 유명한 트램 노선인 28번이 지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목재 바닥과 빈티지한 철제 손잡이로 이루어진 트램은 알파마의 언덕을 따라 느릿느릿 올라가며, 리스본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줍니다. 트램이 덜컹이며 굽이진 골목을 지날 때면,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유럽에서 돈 덜 쓰는 방법, 리스본

유럽여행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역시 '비용'입니다. 특히 물가 높은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면, 리스본에서의 여행은 놀라움 그 자체일 겁니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가 가능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리스본은 유럽의 숨겨진 ‘가성비 도시’입니다.

 

먼저 식비. 리스본 현지 식당에서는 점심 시간에 운영되는 ‘Menu do Dia(오늘의 메뉴)’를 활용하면 10~13유로에 전채+주요리+음료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 전통 음식인 바칼라우 아 브라스(Bacalhau à Brás)나 구운 문어 요리, 해산물 리조또 등은 양도 넉넉하고 맛도 훌륭합니다. 카페 문화도 발달되어 있어, 1유로 미만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죠. ‘파스텔 드 나타(에그타르트)’는 베렌 지역이 본점이지만, 어느 빵집에서 먹어도 평균 이상은 합니다. 가격도 1~1.2유로로 부담 없죠.

 

숙박은 중심지에서도 꽤 합리적입니다. 2성급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기준으로 1박에 60~90유로 정도면 깔끔한 숙소를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전망이 좋은 언덕 위 숙소를 고르면, 아침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테라스에서 테주 강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경험도 가능합니다. 더 저렴하게 여행하고 싶다면 리스본 외곽의 숙소를 선택하고, 대중교통으로 시내를 오가는 것도 효율적입니다.

 

교통은 ‘리스보아 카드(Lisboa Card)’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이 카드 하나로 지하철, 버스, 트램, 엘리베이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주요 관광지 입장료도 할인되거나 무료입니다. 24시간 기준 21유로지만, 루트를 잘 계획하면 본전을 충분히 뽑고도 남죠. 특히 트램 28번을 반복해서 타게 될 경우에는 더욱 유용합니다.

 

물가가 낮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만큼 여행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예산의 압박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뜻이죠. 리스본은 그래서 ‘마음 편한 여행지’입니다.


혼자여도 안심, 리스본의 치안

혼자서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많이 검색하게 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치안’입니다. 실제로 많은 도시들이 관광객 대상 범죄나 소매치기 문제로 인해 불안감을 주기도 하죠. 하지만 리스본은 그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도시’로 평가받습니다. 저녁에도 중심가 골목을 혼자 걷는 데 큰 불안이 없었고, 경찰의 순찰도 자주 보였습니다.

 

리스본 시민들은 외국인에게 꽤 관대한 편입니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길을 묻거나 지하철 표를 사는 과정에서 친절하게 도와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죠. 이 도시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낯선 사람에게 열린’ 상태입니다. 그래서 혼자 여행 중에도 쉽게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물론, 관광지에서의 소매치기는 여전히 조심해야 합니다. 트램 28번 노선, 상조르제 성 인근, 알파마 골목 등은 특히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사람이 몰릴 경우 지갑이나 스마트폰은 항상 몸 가까이에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백팩보다 크로스백을 추천드리며, 가방은 앞쪽으로 메는 게 기본입니다.

 

응급상황에 대한 의료 시스템도 믿을 수 있습니다. 리스본 시내엔 약국이 많고, 병원도 대체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해외여행자 보험만 있다면 별다른 걱정은 없습니다. 여성 혼자 여행하시는 분들도 리스본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런 ‘기본적인 안정감’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정리하자면, 리스본은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면서도, 유럽 특유의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초행자든 혼자든, 누구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여행지죠.


여행의 끝, 다시 생각나는 도시

리스본은 처음에는 ‘조용한 유럽의 도시’ 정도로 시작하지만, 여행이 끝날 무렵엔 ‘가장 그리운 도시’가 되어버립니다. 화려하지 않아 더 편하고, 낯설지 않아 더 특별한 리스본은 말보다 경험으로 증명되는 곳입니다. 골목마다 쌓여 있는 시간, 바람에 실린 기타 소리, 그리고 하루의 끝에 마주한 오렌지빛 노을은 여행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유럽이 처음이든, 여러 번 가본 경험자든,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도시를 찾고 있다면 리스본을 추천드립니다. 감성을 채우고 싶은 사람, 혼자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예산을 아끼며 알찬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최적의 도시입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힐링’이라면, 리스본은 아주 제격인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지도를 펴고 리스본이라는 이름 위에 동그라미를 쳐보세요. 이 도시는 당신의 다음 여행 이야기를 가장 따뜻하게 만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